Museum Pass로 다녀온 조용한 금요일 데이트
보스턴에는 세계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MFA(Museum of Fine Arts)가 있다.
https://mfa.org/
이번 3월 30일부터 MFA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나는 동네 도서관의 Museum Pass를 이용해 미리 예약해두었다.
Museum of Fine Arts Boston
Arab American Heritage Month Born in Palestine and based in Michigan, artist Nihad Dukhan is a certified master of both Arabic and Islamic calligraphy. Although an expert in multiple script styles, Dukhan has a penchant for riqa’—while this Arabic scri
mfa.org
Museum Pass는 미국 내 공공도서관 회원이라면 대부분 신청할 수 있는 지역 혜택으로,
정가 25달러의 입장권을 단 10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반고흐 특별전은 별도 추가 요금 없이 관람 가능해,
지역민으로서 참 고마운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일부러 혼자 미술관에 다녀왔다.
가끔은 누군가와의 대화보다, 그림과 나만의 조용한 대화가 더 깊게 스며들기도 하니까.
MFA 입장 직후, 전시장의 첫 그림은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Yellow House였다.
고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색, 노란색.
그의 눈에는 세상이 노랗게 보였다고도 하는데,
그 환시 속에서도 그는 세상을 끝없이 그려냈다.
전시장은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으로 붐볐고,
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웠지만
혼자라서 가능했던 세 바퀴 관람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들을 다시 보고 또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고흐와 그의 가까운 지인인 룰랭(Lulin) 가족과의 이야기였다.
고흐는 그들의 여러 자화상을 남겼다. 룰랭의 아내, 아들, 딸까지 그린 다양한 자화상 속에서,
고흐가 그들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였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MFA 반 고흐 특별전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유명한 작품만을 모은 전시가 아니라
고흐와 룰랭 가족이라는 한 인간 관계에 집중한 전시였다는 점이다.
고흐는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에 머물던 시기,
그 지역의 우체부였던 조제프 룰랭(Joseph Roulin)과 인연을 맺는다.
고흐가 머물던 카페 근처에 살던 이웃이었고,
처음엔 단순한 모델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진심을 나눈 친구가 되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고흐에게 룰랭은
그 시대 속에서 몇 안 되게 따뜻하게 다가와 준 사람이었고,
고흐는 그의 가족 전체를 여러 차례 그렸다.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담긴 그림들이었다.
고흐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룰랭은 그의 동생 테오와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고흐의 안부를 전해주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그들의 얼굴뿐만 아니라
고흐가 느꼈던 정서,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유대감이 함께 그려져 있는 걸 느꼈다.
모델이 단지 "그려지는 사람"이 아니라
고흐의 세계를 함께 살아낸 존재들이었다는 점,
그게 이 전시를 더 특별하게 만든 것 같다.
룰랭이 그의 형 테오에게 고흐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소식과 안부를 전한
편지와 음성 미디어도 함께 소개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1889년경에도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 열정은
그의 작품에 얼마나 깊은 애정과 진심이 담겨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도중, 낯익은 그림 하나와도 재회했다.
며칠 전 하버드 뮤지엄에 갔을 때, "출장 중"이라고 안내되어 아쉬웠던
민트색 배경의 고흐 그림이 이번 전시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익숙한 작품을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마주하니
더없이 반가웠고,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나 참 특별했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고흐 굿즈 샵으로 연결된다.
특히 조카가 좋아하는 그림인 고흐의 방(The Bedroom)을 테마로 한
3D 엽서를 구매했고, 그 엽서로 편지를 보내볼 생각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한 그림을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이었다.
고흐의 삶, 관계,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안에서 내가 배운 건 예술을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것.
누군가와의 진심 어린 관계가 예술가의 붓끝을 더 빛나게 만든다.
혼자만의 시간,
Museum Pass의 소소한 특권,
그리고 고흐와의 조용한 대화.
그 모든 게 어우러진, 완벽한 금요일이었다!
고흐의 그림을 만나고 싶다면, 특별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MFA에 방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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