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Digging

Mark Rothko 마크 로스코- 침묵 속에서 울리는 색의 사유

goodmorningmymorning! 2025. 6. 22. 03:50

 
미국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무렵,
시카고 인스티튜트 미술관 (Art Institute of Chicago)를 찾았다. 당시 나는 이미 미술에 대한 나름의 관심과 감상 기준을 갖고 있었는데-
마크 로스코라는 작가를 그때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우선 시카고 미술관은 미국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불릴 만큼 무척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뮤지엄이다. 감사하게도 그 곳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꽤나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단지 한 발 멈췄을 뿐인데, 그 앞에서 시간 감각을 잃어버렸다 할 정도로 
내 시선을 강렬하게 붙잡았다.
마치 그의 세계 안으로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간 듯한 기분이었다.
 

대체 이 화가는 누구일까? 처음으로 시작된 디깅!

뉴욕 Moma에서 만난 로스코

 
그림을 보고, 이렇게 까지 아티스트가 궁금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너무 매료되어, 대체 이 작가는 누구고 어떻게 이런 컬러 블로킹 만으로도 시선을 잡는지,
찾고 읽고 또 찾았다. 말그대로 내 인생 첫 "디깅"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건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진정한 내 취향을 찾았을 때의 열렬한 기쁨이랄까....
아무튼 그 날 이후, 나는 미국의 어느 도시에 여행을 떠나든, 
미술관을 가장 먼저 찾게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여행지의 미술관을 체크하는 사람이 그 날 이후 된 것이다.
그래서 시애틀 여행을 떠났을 땐, 그의 작품 3점이 전시중이라는 걸 확인하고 
그곳에 갔다.
이후로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MET) 그리고 모마 미술관(MOMA)에서도
마크 로스코의 작품 세계 안에서 힐링을 만끽하는 경험을 했다.
심지어 부모님이 미국에 오셔서 함께 뉴욕여행을 했을 때에도,
내가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것도 마크 로스코 그의 그림이었다.
 
그림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로스코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땐, 그림 자체만큼이나
내 감정의 반응에 스스로 당황스러웠다.
나는 평소 그림을 감상할 때, "작가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구조로 그린걸까?"
하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하지만 로스코 앞에서는 전혀 다르게 적용이 되었다.
"이 작가는 어떤 감정으로 이 그림을 그렸기에, 신기하게 나에게 까지 그 슬픔이 전가될까?"
알 수 없는 정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색의 층을 타고 나에게 조용히 스며든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안, 심연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에 급작스레 눈물바람까지 흘렀다.
미술관에서 눈물을 닦아보긴 그때가 처음이었다.
 


 

색으로 감정을 그리는 화가, 마크 로스코

(1903-1970)
 

Metropolitan 에서 만난 Mark Rothko


다행인건지, 자연스러운건지 나 뿐 아니라 마크로스코의 그림에 매료된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했다는 글을 보았다. 참 신기했다.
마크 로스코는 단순한 추상화가가 아니다.
그는 색으로 감정을 기록하는 화가다.
한 겹, 두 겹 쌓여있는 듯한 색의 면들은 그 자체로 침묵하고 있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더 강하게 감정들을 건드린다. 
로스코는 그의 회화를 "감정을 위핞 극장"이라 불렀다.
그림 앞에 선 우리는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그 감정의 무대에 참여한 또 다른 존재가 된다.
 


 
마크 로스코를 처음 만난 시카고 미술관, 그때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림이 아니라 감정을 마주한 경험들은 특별했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색의 블록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감정을 꺼내는 조용한 문장치 되는 그림.
그게 마크로스코 작품의 힘이고, 내가 그를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꼽는 이유다.
덕분에 내 휴대폰 배경화면은 늘 마크로스코다.
그의 그림들을 일상에서도 바라보며 마크로스코의 잠잠한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