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시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족을 잃고 황망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저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책 속에서 그는 말한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돌아가고, 자신만 그 바깥에 있는 것 같았다고.
미술관 밖 공원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나도 책을 덮고 보스턴의 퍼블릭 가든을 걷다가 같은 생각을 했다.
‘모두의 일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멈춘 듯한 이 감각.’
그런 시간 속에서 이 책은 나에게 위로였다.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준 책이었다.
뉴욕에 갈 예정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연회원권 카드를 꺼내보며, 이 책을 다시 펼쳤다.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는 예술의 공간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관점으로
뉴욕이라는 도시와 예술이라는 환상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냥 책이 아니다. 거대한 도시를 앞두고 숨 고르기처럼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책 소개: 아름다운 세계의 뒷모습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저자의 에세이다.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이 오가는 공간, 수많은 작품이 있는 그곳에서
그는 관람객이 아닌 일하는 사람으로 그 세계를 기록한다.
미술관은 조용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변화들.
작가는 그 모든 것을 담담하게, 때론 차갑게 기록해낸다.
작가 소개: 패트릭 브링리
패트릭 브링리는 원래 뉴요커였다. 잡지사에서 일하다 형의 병과 죽음을 겪은 후
삶의 방향을 바꿨다. 빛나는 경력을 잠시 내려놓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향했다.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그의 삶을 다시 정돈하게 했다.
미술관의 시간은 그에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고요함 속에서 삶의 균형을 찾게 해줬다.
리뷰: 미술관을 보는 눈을 바꿔주는 책
이 책은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미술사 책도 아니다.
하지만 뉴욕에 가기 전에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그림을 보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경비원이 바라본 예술의 세계는 관람보다 체류에 가깝다.
거기서 그는 삶의 속도를 늦춘다.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리듬이 있다.
도시의 리듬과는 다르다. 예술의 리듬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갈 예정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 공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리듬 안에 내가 다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밑줄 친 문장!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아래에 남긴다.
내가 직접 발췌한 부분들이다.
-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 그것은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실이었어야 했지만, 나는 밝은 조명들에 눈이 한참 멀어 있었다.
- 하지만 누구라도 멋진 조명 아래 있게 되면 이런 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 조명발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 내 것이 아닌 권위를 주장하고,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교훈을 얻기보다 최면 같은 합리화의 안락함 속으로 후퇴하기를 택했다.
-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 할 삶에 적응해버렸다.
- 물론 이 그림은 지난 천 년 동안 해내온 것을 오늘도 똑같이 해내고 있다.
- 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의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군중에 합류했다. 혼자였다가, 섞여들었다가, 혼자였다가, 섞여들었다가 하는 도시인의 호흡.
- 이 남자의 개방적인 태도에 더 탄복한다. 남자는 나에게 감사를 표한 후 떠났고 그때부터 나는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듣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은 말하는 사람들이다.
- 뉴욕에 온 뒤에는 그가 얼버무리며 넘어가버린 또 다른 우여곡절 끝에 여기 나와 함께 서서 이 파사드를 바라보고 있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여기저기 빈 곳들을 그는 그냥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걸로 메운다.
- 그의 자연스러운 온기와 솔직함은 내가 스스로 고집하고 있는 고독을 위협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진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 그 모든 소통에는 내가 세상의 흐름에 다시 발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격려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비탄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 리듬을 상실하는 것이다.
- 지금 바로 이 모습, 이것이 삶이라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나는 그저 밥이 보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고요한 하루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결국 이 마법은 깨졌다. 더 이상 사슴 눈을 한 신입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고, 좀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슬슬 즐거운 때가 왔다.
- 그녀는 분명 이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들였고 그 결과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순수 예술 같아 보이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잠시 후 나는 카사트의 원작을 보려고 눈을 든다. 그리고 뭐, 굳이 말하자면 25퍼센트 규칙을 만들면서까지 모작과 원작이 바뀔까 봐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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